태풍이 지날 때도 그러지 않던 하늘이,
연신 비를 퍼부어 준 날이다.
내내 혜택받은 땅 광주에서 사는 게 행운이라고.
중얼거렸던 태풍이 지나가는 와중의 나였다.
눅눅하고 느슨한 건 싫지만, 걸음걸음 내내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여전히 나에겐 참 좋다.
이제서야 제대로 장마답게 비가 내려주는 것 같다.
아이들의 시험이 내일로 끝난다.
모든 일정이 이제서야 끝이 난다.
기대도 하지 않거니와,
기대라는 단어는 이미 져버린지 오래다.
아이들이 그저,
자신의 기량 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바.
그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부응해주지 못한 내 자신이 참 한스러울 뿐.
그렇게 시험 마무리 덕분에 늦어진 관계로,
늘 서둘러서 버스 시간을 맞춰 귀가하는 난.
오늘 역시 버스를 놓치고야 말았음이다.
다음에 오는 다른 버스라도 타야겠다 싶어 한 두 정거장을 걸어가기 위해.
횡단보도에 섰는데, 그새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뀐지도 모르고서,
사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비가 오는 밤의 다가오는 매력은,
그 무엇도 아닌 역시나 밤을 비춰주는 휘황 찬란한 불빛들이.
더 화려해지기 때문인가 보다.
그렇게 돌아오는 동안 한 시간여를 걷고 또 걸었다.
잠시나마 그친 비에 우산을 접었으나,
이내 곧 쏟아지는 비.
아주 잠깐이나마 그 빗줄기를 몸에 적셨다.
비가 와도 그런가보다. 그냥 그냥.
그렇게 지나는 일상이다.
이건 위에 있는 사진을 찍기 전 담아본 것인데,
좀 더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이다.
빛을 없애니 나름 또 다른 느낌의 비오는 광경.
사람, 상대적이라지만 오늘 오전에는 그렇게 그러려니 하고 말아버렸음이다.
언젠가는 그 누구든지 간에 분명 알게되는 날 올테니까.
자신이 그러한 것에 대한 대가는 언젠가는 꼭.
그리 치르게 될테니까.
오늘은 제발 좀 일찍 잠들자의 다짐으로 돌아온 귀가길.
간만에 퇴근 길에 이리저리 방황했던 시간이었다.
최근 자주 들어주는 머릿 속의 생각으로,
술이나 한 잔 하고픔이 그득 그득하다.
돌아오던 길에 사는 친구를 불러내볼까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고 말았다. 술은 안돼 안돼~~.
또한 슬쩍 머릿 속을 같이 스쳐지나는 생각으로,
어찌나 엉뚱하고도 미련하기 그지 없던 생각이었던지.
피식 하고 웃어보았음이다.
내가 없이 살아가더라도, 그래도 최소한의 무엇은 지키며 살아야지 안그래?
다가오는 3일 동안의 휴일에는 무엇을 할까.
벌써부터 골똘해주시는 중이다.
게다가 곧 다가올 연휴는?
이내 머리를 도리도리 저어봄이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그러고선 눅눅하고 끈적한 듯한 방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았다.
영화나 한 편 보고 잠들어야 겠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음악 수정해서 바꿔봄이다.
어때? 음악 괜찮아?
뚜루뚜루~ 귀라도 열어서 조금 업해보는 시간 되야겠다.
역시나 난. (0) | 2006.07.14 |
---|---|
출근길. (0) | 2006.07.13 |
정상이 아니더라도. (0) | 2006.07.10 |
얼마만인가. (0) | 2006.07.08 |
거침없이. (0) | 2006.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