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그 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와~ 비온다."
나도 모르게 소리질러 버렸다.
그러고선 한참을 창을 열어둔 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로 보이는 빗줄기들은 순간 울컥할 정도였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님을 만난 기분이랄까.
아마 내게 잠시간의 멈추는 시간이 내어졌더라면,
펑펑펑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비온 뒤의 맑은 하늘을 기다린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비가 올 때의 제맛은 요 잔뜩 찌푸린 하늘이다.
그리 오랜동안의 비는 아녔지만,
오전 내내 내려주는 비.
게다가 맘놓고 푹 쉬는 일요일이라는 시간인지라 더 좋아.
문득 요즘 읽고있는 책의 제목이 머릿속을 스쳤다.
요시다 슈이치의 '일요일들.'
오늘 만큼은 나도 그 책 속 이야기들의 주인공이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서 뒤척이고 뒤척이다,
일어나서는 사진을 담아보았다.
험상궂은 모습으로 하늘 위를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구름들.
그 구름들을 바라보고 바라보다,
아주 잠시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울컥한 기분.
비라도 내리면 좋겠다의 어제의 내 맘을 알아준 듯한,
하늘에서의 응답.
고맙게만 느껴지는 나에게는 달고단 비다.
그 어딘가에서는 단비라며 무척 반가워했을 그 비.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공사는 계속 진행되느라,
시끄러운 소리들은 여전했지만.
그 소리 속에서도 분명하게 잡을 수 있는 빗소리.
그 빗소리를 들으면서 웃어보기도 하고,
찡그려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한 숨 자기도 하고.
아쉽게도 잠시 후에 그 구름들이 조금씩 걷혀가는 게,
너무나 마음 한구석 안타까웠다.
"에이 비가 더 내려줘야 할텐데."
안타까움은 나뿐이 아녔을거라 여겨보았다.
간만에 본, 하늘의 풍경은 너무나도 기다렸던지라.
정말이지 너무나도 좋기만 했다.
그.순.간.엔.
이렇게 저렇게 지난 오늘, 일요일의 하루.
지금 창밖에는 다시 비가 조금씩 내리려는지,
바람이 너무나도 거세게 불고 있음이다.
그리고 그 바람들 사이로 차가운 빗방울들이 섞여있다.
오늘 본 영화 '거룩한 계보'의 첫 장면이 시작되기 전 지나갔던 자막.
비가 바람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밀어 붙여. 나는 퍼부을 테니…”
- 로버트 프로스트 <쓰러져있다> 중에서-
문득 떠오름이다.
오전, 그렇게 비오는 풍경을 보면서 이래저래 있다가.
별것도 아닌데, 참 서운하기만 했던 친구와의 통화에 왠지 울컥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만 해결되고 나면,
그 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게 요즘의 세태인가봐.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중얼거렸으니 말이다.
요즘 내 머리가. 내 가슴이 제대로가 아닌가 보다.
그저 허허 한 번 웃으면서 내리는 빗소리에 마음 달랬음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스쳐버린 순간이었다.
시간이 또 다시 지나고나면,
지금의 이 정상이 아닌 상태도 나아지리라 기대해보는.
한주의 시작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그래도 비가 와주어 좋긴 좋았던 하루였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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